있죠. 저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요. 마지막일수록 웃어달라는 말. 우는 건 그 후에 해줘도 좋으니까. 마지막 순간만큼은 울지 말고 웃어달라는 말. 그게, 최고의 이별이라는 말.
있죠. 그걸 사람들은 알고 있다 하더라도, 전부 그럴 수는 없나 봐요. 내가 그럴 수 없었던 것처럼. 억지로, 눈물까지 보이며 웃었던 그때처럼. 모두가 그럴 수는 없었나 봐요.
있죠. 사실, 저도. 할 수 있으면 붙잡고 싶었어요. 아직은. 준비가 안 되었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그렇지만. 내가 할 일은. 그게 아니란 걸 알아요. 그래서. 그래서. 내가 본 이야기를. 다음 사람에게. 누군가에게. 전하고. 그걸로 모두가. 아름다울 수 있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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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저 아빠가 화내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눈사람을 같이 만들어주는 아빠였으면 좋겠어요.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응, 그러게요. 자신이 떠나갈 걸 알든 모르든. 사랑하는 사람이 웃는 걸 지켜보고 싶은게 사람 마음이니까요. 그래서, 이해를 못한 건 아니에요. 그건 누구나 똑같거든요. 사랑하는 사람을 오래 보고싶다. 잃고싶지 않다.
괜한 참견이라는 걸 알고 있어요. 하지만. 나도 그랬거든요. 그때는 되지도 않는 부적학으로, 영 도움도 안되는 점복학으로. 모든걸 미루려고 했어요. 그때는, 모든 도사들이 가능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그런데 있죠. 도사가 아닌 저희 아버지가. 절 말리셨어요. 어쩔 수 없는 운명이, 순리가 있다고. 그걸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게. 하루하루 쇠약해지는 어머니를 위한 일이라고.
어머니도 말씀했어요. 어쩔 수 없는 걸 바꾸려고 표정을 찌푸리고 고뇌하는 것보다도. 그저, 지금을 즐기고 웃어주었으면 한다고. 마지막 날까지, 마지막 순간까지. 웃어주면, 그게 최고의 이별 선물이 될 거라고.
솔직히. 그게 싫었습니다. 왜, 그렇게 빨리 포기하는 건가요. 어째서, 그만두라고 하나요.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떻게 웃을 수 있다는 건가요.
하지만. 그걸 깨닫는건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을 알고 있고. 마지막까지 좋은 추억을 쌓는 게 더 중요한 것을. 슬픔은 나중으로 미뤄도 좋다는 것을. 서로에게 있어 좋은 것은, 아름다운 이별을 하는 것. 웃으며 이별하는 것이라는. 가장 중요한 것을.
하지만. 저는 그럼에도 약했습니다. 마지막엔 결국 울어버리고. 웃으면서도. 놓고 싶지 않다며 붙잡았습니다.
단지 돌아온 건. 그래도 웃어줘서 고맙다는 인사였습니다. 그걸 아직도. 기억합니다. 기억하고말고요.
남의 이별에도 슬피 우는 인간의 ‘본능’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자신과 가까운 사람의 이별은 더더욱 견딜 수 없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기에, 강해져야 한다고. 웃어주는 게 제일 아름답다고. 어머니는 그리 말씀하셨습니다.
있죠. 사실. 사랑하는 사람을 두 번이나 잃는다는 건. 감히 저는 상상할 수 없는 아픔입니다. 그럼에도 선생님께 그렇게 말씀드린 건. 이건, 제대로 된 이별을 위한 준비라고 생각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웃으면서. 행복한 얼굴로. 언제나와 같이 상냥한 아버지로 돌아와서. 다 같이.
단지 그 아이가, 그걸 바랬으니까요. 그것 하나만으로 족하다고 생각해요.
그 아이에게. 꼭 다음번엔 더 큰 눈사람을 만들자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저는 약한가 봅니다. 그 한마디가. 마지막 한마디가 나오질 않았거든요. 어쩐지, 맨 마지막은 항상 이런 식으로 끝나는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좋은 이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게, 행복하고 아름다운 이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별은 아픈 것이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이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우리가 만들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이별의 순간이라고 생각해요.
[이것은, 스스로 만든 가장 아름다운 이별 이야기. 누군가에게는 마지막이. 누군가에게는 전환점이 될 이야기.]
저는, 그렇게 적어 내려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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