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가끔은.
간만에. 긴 꿈을 꾼 기분이었다.
이게 자율로 돌아가는 프로그래밍의 하나라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가장 어울리는 단어는 절전 프로그램이 아니라, 꿈이라고 생각했다.
아직도, 생생하게 저장되어있는 기억이다. 소중한 걸 지키기 위해, 소중한 걸 제 손으로 무너뜨렸다. 계속해서 울고 있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빨리 알았더라면. 지켜야 할 사람들을 조금만 더 빨리 알았더라면.
그랬더라면 분명히. 모두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
방법이.
있었을까, 하고.
제일가는 사랑을 베풀어준 이들을 모두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던 걸까, 하고.
“노엘, 정말로… 괜찮, 겠어……?”
“레이토, 걱정이 심해. 오늘 재기동이 늦어진 것 하나로 문제가 생기진 않을 거야.”
“노엘. 그게 아냐. 이제는 넌, ‘그저 안드로이드’가 아니니까. 감정 데이터도 풍부해지고, 기억에 관한 데이터도 늘었으니까 자율 AI랑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잖아. 그건…….”
너희 아버지의 기술. 그가 하려고 했던 것은. 아마도 조금 부족할 안드로이드와 인간을 동등하게 바라볼 수 있는 세계를 만드는 것. 그렇다는 건, 사소한 거로 버그가 날 수 있다. 인간도 감정이라는 것에 휘둘려 인지가 흐려지는데. 제아무리 데이터로 이루어진 안드로이드라 해도 감정이라는 것이 이식된 순간. 어디서 에러가 날지 모른다는 말.
그런 건,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겨내는 방법을 알아야만 했다. 안드로이드에게 에러는 치명적이니까. 완벽하지 않다는 걸 알아도, 조금은. 걱정을 덜어야 하는데.
자동적으로 불러와지기 시작하는 사고회로에 몸을 맡기다 문득. 저 멀리서 목소리를 들었다. 지금 당장의 목소리가 아닌. 꽤 이전에 들었던가. 아니면, 그저 데이터의 오류인가. 기억의 착각이라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그러고 싶었던 걸까.
있지, 역시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다면. 내 선택에 확신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럴 때, 어떻게 하는 게 정답인 걸까.
한마디도 제대로 말할 수 없어 바닥을 바라보고 있자니 레이토는 맞은편에서 안절부절못하며 한참 앉은 자세를 바꾸고 있었다. 미안, 불안하게 했지. 별거 아니라는 듯 자리를 털고 일어나려 하면, 레이토의 강하지 않은 손길이 옷에 닿았다.
정말로, 난 별일 없다니까. 라는 표정을 지어보려 하지만, 그의 얼굴은 전례 없는 불안에 물들어있었다. 그리고 낮게, 불안하게 입을 열었다.
“…… 있지, 노엘. 역시 오늘 출근은, 그……. 안 해도――.”
“노――엘!!! 늦잖……. 어라, 이거 뭔가 심각한 이야기 하던… 중이라던가, 그런 거에요?”
“우, 와앗?!”
“――리라?”
벌써 출근 시간이던가. 아, 재기동이 늦어버렸지. 그런 생각을 하고 몸을 돌리면 큰 동작에서 서서히 팔을 내리고 있는 리라의 모습이 보였다. 아무래도 심각한 상황이긴 했지. 레이토에게 출근까지 말려질 정도로.
하지만 아무래도, 이런 이유로 출근을 안 할 수는 없고. 그리고, 무엇보다는.
“노엘?? 노엘??! 어떡해, 선배님. 노엘이 먼저 이런걸……!!”
지금, 후회하고 있을 바에야. 그때 내가 선택한 것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하겠지. 출근하자마자 이곳에 달려온 하나뿐인 파트너이자. 지금 지켜야 하는 유일무이한 존재. 가장 믿음직스러운 친구. 아지사이 리라. 그녀를 지키는게 우선이니까.
답지 않은 건 알고 있지만, 오늘 하루만큼은 그녀가 그래왔던 만큼 응석 부리고 싶은 기분이었다. 바깥의 찬 기운에 식은 몸을, 이 무기질적인 기계가 데워주기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진심이 전해진다면. 그것 하나만으로도 족하다.
평소에 먼저 안겨 오던 그녀를 받아주던 힘. 그것보다 강한 힘을 팔에 실으면, 처음엔 굳어있던 그녀도 있는 힘껏 몸을 둘러 안아주었다. 점차 따듯해지는 감각. 세상에 오로지 둘만이 남아버린 것 같은 착각. 그 모든 것이 일어나서부터 달고 있던 불안감을 지워냈다.
역시, 오늘의 나는 조금 이상하려나.
안드로이드면서 과거를 데이터 삼지 못하는게, 이상하려나.
앞으로 나아갈 방법을 찾지 못한 채, 이러고 불안해 하고 있는건. 역시.
그 순간, 조금은. 슬퍼졌는지도 모른다. 유일하게 남겨진 것이라는 것도. 그 당시의 무력감이 아직 발목을 잡는 것도. 사랑하려 했던 사람을, 지키지 못한 것도. 결국, 그 진심을 마지막에 들을 수 밖에 없던 것도. 그리고…….
“…… 노엘, 오늘 기분 많이 다운 된거면, 오늘은 이대로 땡땡이 칠까~?”
“……”
“우리, 나가서 맛난 것도 먹고. 산책도 하고 올까? 아니면, 조금 멀리 드라이브라도 가볼까?”
“…… 응.”
“좋아 결정~!! 그런 고로 선배님들, 잘 부탁드립니다!!”
머리로 손을 올리고는, 그때처럼. 부드럽게 손이 오간다. 팔에 힘을 풀면 그 사이를 재빨리 빠져나와 손을 맞잡아주는 너를 보니. 그러고 보니까 예전에. 관계가 한 번 틀어지기 전에는 이런 일이 있었구나, 싶어졌다. 소심했던 노아를 데리고.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너의 모습이 덧그려진다.
그러고 나면, 이대로도 좋다고 생각해버리고 만다. 지금이 행복하니까. 단 한 사람과 함께하는, 이 모든 시간이. 너무나도 즐거우니까. 행복하니까. 이대로 좋다고 생각해 버린다.
“있지. 노엘. 괜찮아 질거야! 물론 내가 그때는 금지해버린 말이긴 하지만, 걱정할 거 하나 없을 거야. 옆을 봐, 이 아지사이 리라가 있잖습니까!”
“…… 응, 그렇네. 노엘의 옆에는 리라가 있어줄 테니까.”
“그렇지~? 요즘 우리 포옹하는 것도 꽤 많은데~ 역시 내 작전은 잘 먹히고 있는 건가! 물론 오늘은 노엘이 먼저 안아줬으니까 그때랑은 차원이 다르지만!!”
신난 듯 그리 말하는 너를 보면. 아무래도 좋았다. 이대로, 지금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판명 내리고 만다. 인간이었던 그날도. 인간이 아니었던 그 날도. 그리고, 앞으로도. 있지, 난 이대로도 좋아.
언니도 그렇게 말했다. 잘 하고 있다고, 잘 할 수 있다고. 리라도 그렇게 말했다, 괜찮다고.
그러니까. 할 수 있는걸 하면.
지키고 싶은 걸 놓지 않으면.
그러면. 그걸로 된 거라고.
당당한 얼굴로 유급휴가의 서류를 작성하는 리라의 뒤에서 가만히 웃고 있자니, 오늘은 이대로 제일 행복한 날이 될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래도 가끔은, 이런 날이 있어도 좋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