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문 모음!
너를 위한 탄생일
“노엘~! 그러고 보니까, 노엘은 생일이 언제야? 물론 이름은 내가 짓긴 했지만, 노엘이니까 크리스마스라던가? 아니면, 노아는……. 언제더라, 기억이 잘 안 나네!”
그 말에 문득, 동작을 멈추고 생각에 잠긴다. 생일. 생일이라. 안드로이드로서 첫 기동일은 분명 그보다 전일 거다. 그리고, 인간인 ‘노아’의 생일은 12월 초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와닿지 않았다. 그게 ‘노엘’이 아니라서인가. 아니면, 그저. 과거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서인가.
한동안 대답이 없는 나를 보고, 리라는 말한다. 혹시, 기억나지 않느냐고.
기억이 안 나는 건 아니지. 데이터를 찾아보면 아무래도. 많은 날짜 중 두어개 정도는 중요한 게 있을거다. 하지만.
“…… 크리스마스, 라.”
“응? 크리스마스?”
“리라가 기억하기 편하려면. 크리스마스도 좋나.”
“엥~? 나, 노엘에 대한 거면 다 기억할 자신 있긴 한데! 그래도. 음……. 에헤헤.”
“리라? 방금 대화에서 즐거울 만 한게 있었나?”
“아니! 그냥. 뭐랄까. 노엘의 생일도 내가 정해주는 건가~ 싶어서. 기분 묘하긴 한데, 같이 즐길 수 있는 날을 내가 정하는 거잖아! 그러니까. 조금. 기쁘다 하나? 헤헤.”
마냥 즐거운 듯 걸어가는 스텝이 힘차게 들어간 상태로 앞서서 가는 리라를 보면. 자연히 웃음이 나온다. 그러네. 이름부터 생일까지. 전부 이 아이의 손을 거친다.
그렇다는 건 역시. 내가 안드로이드로 다시 태어난 건. 전부 너를 위한 것인가보다, 하고 자연히 생각하고 마는 것이다.
바다와 한 편의 인생 ('그래도 가끔은','너라는 존재' 이후의 이야기)
무작정 여행을 나와버렸다. 처음엔 어디를 갈까, 역시 쇼핑? 아니면 영화라도 볼까? 하다가 결정한 곳은, 맨 처음. 유급휴가 서류에, 그것도 이름 칸에 잘못 작성한 바다였다.
바다, 못 본지 꽤 되었지. 적어도 안드로이드가 된 이후로는 간 적이 없는 곳이었으니, 단어만으로도 그리움이 먼저 불러와 지는 장소였다.
막상 온 바다는 생각보다 사람이 적고, 탁 트인 곳이었다. 잔잔하게 들어오는 파도 소리, 가끔 우는 갈매기 소리. 아마 정석적인 바다를 표현하라 하면, 이보다도 완벽한 것은 없을 테다. 이것은, 완벽한 샘플 데이터다.
하지만 지금은 샘플 데이터수집이 목적이 아니니까. 하며 같이 온 일행을 눈으로 좇으면.
…… 좇으면? 아까까지 분명 옆에 있던 아지사이 리라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 잠깐 사이에 어딜 간거지? 싶어 주위를 돌아보면, 저 멀리서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인영이 하나.
“노~엘~! 이쪽으로 와 봐!!”
나는, 신난 듯 바닷물 근처까지 달려나간 아이의 모습을 잠시. ‘넋 놓고 본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시야에 담고 있었다.
이 아이는. 어떤 곳을 배경으로 해도. 아름답게 보인다. 그런 아이가, 나를 절실히도 필요하다 외친다. 그것이, 일상이 된다. 그마저도 운명이란 것이겠지. 그런 운명이 계속되는 날이라면. 결국, 인간의 인생은 한 편의 영화 그리고. 지금 보는 이 찰나의 아름다움은. 영화의 한 신과 같다.
그렇기에. 역시. 너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이 굳어지는 거고. 이 순간이 행복하다 느끼는 거고. 이대로도 괜찮다고. 미숙한 안드로이드로 남아도 괜찮다고 생각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렇지만, 제아무리 영화의 주인공도 완벽한 주인공은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인생은. 더더욱. 완벽할 필요가 없는 것이 아닌가. 이대로. 손을 잡고 이끄는 대로. 우리 둘이 주연인 영화를 만들어가면. 그걸로 된 거 아닐까.
“…… 응! 아, 리라. 너무 가까이 가지는 말고! 기다려!”
평소 이상의 성량으로. 그렇게 너를 부르고 싶은 것도. 놓지 않고 싶다고 절실히 외치는 것도. 이런 완벽하지 않은. 인간에게서 파생된 안드로이드가 어리석은 사랑을 외치는 것도. 괜찮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해버리고 마니까.
앞으로 같이 나아갈 사람이 있다면. 이대로도. 앞으로 같이 행복할 사람이, 즐거움을 나누고 슬픔을 나눌 사람이 있다면. 안드로이드라 해도. 이런 감정적인 나날을 보내도 괜찮지 않은가.
참으로. 참으로 곤란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도무지 멈출 수가 없었다.
멘테넌스
“레이토. 노엘, 부탁이 생겼어.”
“으, 응……? 노엘이 부탁?”
“신 기능, 이라 해야할까. 아니면…….”
“새로운걸 또 달아보고 싶은 거야?! 어, 어떤 건데?”
안드로이드는 안드로이드인 그대로가 좋을까. 아니면, 인간과 비슷해지는 것이 좋을까. 그 질문은. 노엘이라는 데이터베이스와 기억의 집합체가 말하는 것일까, 노아라는 한 인간이 말하는 것일까.
한동안 입을 열 수 없었다. 그게 걱정이라는 듯 자신을 바라보는 푸른 눈동자와, 멀찍이서 팔장을 끼고 이쪽을 구경하는 분홍의 눈동자를 감지했다.
어떻게 하고 싶은 걸까. 인간처럼 되고 싶은 걸까. 아니면――.
“노엘?”
“아, 응…. 미안, 레이토. 노엘 방금까지 하나도 듣고 있지 않았는데, 뭔가 얘기했어?”
“…… 아니, 얘기는 안 했는데. 그……. 조금 걱정이 되어서.”
“노엘한테 걱정을?”
그리 말하며 시선을 움직이면. 조금은 불안한 듯 내려간 눈썹이 보인다. 안드로이드면서, 인간을 걱정시켰다. 그 사실이 어딘가의 데이터를 로드한다.
“아니, 그게 있지……. 그때 이후로. 고민하는 거지?”
“고민. 아마도. 이건 노엘의 데이터로는 처리할 수 없는 문제니까, 고민이 맞을 거야.”
“…… 우리한테라도, 그. 먼저. 얘기… 해주지 않을래?”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이들에게도 하지 않으면 도대체 누구에게 할 수 있을까. 작게 속삭이듯 말을 마치면, 역시나. 레이토의 얼굴은 미묘한 감정을 표했다.
“있지, 노엘. 무리해서 모든 걸 바꿀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 응.”
“그리고. 리라 씨는. 지금 그대로의 노엘도 좋다고 몇 번이고 말하잖아.”
“……”
“‘노아’로 돌아갈 필요는. 하나도 없다고 봐.”
언어 샘플을 고치는 것. 조금 더 자연스러운 언어로 대화하는 것. 감정을 표하는 것. 그 모두. 새롭게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다. 단순히 그것은 ‘인간이 되고 싶다’던가, ‘기능을 업그레이드 하고 싶다’라는 것으로는 정의할 수 없었다.
단지. 그 아이의. 빈 곳을 채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조금 더 부드럽게 변해서. 빈틈없이 채우고 싶다고. 그렇게 외치는 어딘가의 데이터의 집합체. 이 감정을 뭐라 정의할지도 모르는 채. 지금이 되었으니까.
“있지, 노엘. 전에 임무 중에. 미각 센서랑 유기물 분해 장치를 넣어달라 했을 때도. 이런 생각을 했던 거야?”
“아니. 그건, 아니야. 모두와 같은 것을 하는 게. 즐거우니까.”
“그렇지? 그럼 지금은? 리라 씨랑 같이 다니면서. 이 기능이 없어서 즐겁지 않았다, 싶었던 게 있는 건 아니지?”
“…… 그것도. 아니야.”
“그럼 괜찮을 거야. 스스로 말했다며? 노엘은 이제. 노엘이라고. 리라 씨가 자랑하던걸.”
노엘은. 노엘이니까. 그때처럼. 그저 할 수 있는 걸 하면. 되는 걸까. 그 후에는 싱긋 웃으면서 부품 검사를 하는 레이토를 보니. 이게 정답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