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지, 리라. 오늘 저녁에는 올해 첫눈이 온대.〕
노엘이 재기동 되고 난 후, 제일 먼저 자신의 파트너에게 보낸 문자는 딱 저 한마디였다. 물론, 이곳으로 출근하는 길에 라디오나 소형 단말기에서 충분히 접할 수 있는 정보겠지만, 언젠가 들은 말이 있어서다.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는 첫눈만큼 아름다운 건 없다고.
노엘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자, 인간의 감정으로 따지면 사랑에 가장 가까운 감정을 안고 있는 게 아지사이 리라니까. 이 소식은 자신이 직접 전하고 싶었다.
얼마 안 있어, 단말기의 답변 대신 크고 우렁찬 목소리가 돌아왔다.
“노엘!! 첫눈 오면 가고 싶었던 곳 있어!! 오늘은 퇴근하고 반드시!! 가는 거야!!”
“리라, 그렇게 크게 말하지 않아도 다 들려……. 뭐, 그만큼 리라가 신났다는 얘기겠지만.”
“헤헤헤, 들켰어? 나 있지, 꼭 가고 싶었던 곳이 있단 말이야! 물론 작년엔 못 갔지만!”
워낙에 목청 크고 활기찬 그녀의 기쁨 섞인 말은 노엘의 청각 장치 최대 피치를 넘을락 말락 하고 있었다. 한쪽에선 프로그램을 돌려가며 그녀의 목소리를 담을 최적의 설정을 만지면서 노엘은 자신에게 꼭 붙어오는 파트너를 진정시키고, 오늘치 업무에 집중하게 했다.
그러고 보면 작년 이맘쯤엔 무얼 했더라. 아니, 그보다 조금 전엔……. 분명 작년에 첫눈이 올 때 리라가 무얼 하려 했었는지를 찾기 위한 작업이었지만, 어느샌가 지난 추억을, 기억이라는 이름의 데이터를 거슬러 올라가는 작업이 되고야 말았다.
아니, 원래 하려던 작업으로 돌아가자. 노엘은 작년, 첫눈이 온 날에 무엇을 했는지를 돌려보았다. 일이 끝난 후―― 정확히는 노엘 본인의 야간작업을 끝마치고, 나란히 그 눈을 맞으면서 길을 거닐었더랬지. 시간이 시간인지라 사람은 거의 없고, 가로등과 건물의 불빛을 스포트라이트 삼아 따듯한 집으로 들어갔었다.
그렇다는 건, 올해는. 리라도 무언가, 하고 싶은 게 있는 모양이었다. 작년엔 시간이 너무 늦어서 하지 못했던 것. 뭐가 있을까. 같이 저녁 식사를 하는 거? 아니면, 첫눈이 내린 기념으로 사진을 찍으러 간다던가?
아니, 어쩌면 그런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최고의 선물일 것이다. 본디 자신의 파트너, 아지사이 리라는 평범함을 넘어서 특별함이라는 단어를 붙이기도 벅찰 정도로 예상을 벗어나는 아이니까.
노엘은 잠깐의 회상을 멈추고 다시금 작업에 들어갔다. 또 잔업을 하지 않게. 이번엔 리라의 소원을 ――.
들어줘야, 했었는데.
노엘은 자신의 자리가 아닌, 낯선 책상에 앉아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리던 손을 이마에 가져다 대었다.
분명, 할 일은 다 했을 터인데. 경시청의 안드로이드들을 관리하는 업무가 떠넘겨져 올 줄은 퇴근을 기다리던 리라도, 그런 리라를 지켜보던 노엘도, 곤란해하는 아오키도 전혀 모르던 일이었다.
결국, 아오키가 안드로이드의 검사를 맡고, 관련 데이터를 정리하는 작업을 레미와 노엘이 고스란히 떠맡고 만 것이었다. 레미는 물론 노엘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먼저 들어가도 된다고 했으나, 어찌 일을 외면하겠는가.
어떻게 할까, 고민하며 리라에게 돌아갔을 때, 리라는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던 표정을 단숨에 기대감에 찬 어린아이 같은 표정으로 바꾸며 다시금 큰 소리로 외친 것이었다.
“안 되겠다. 이렇게 되었다면……! 노엘, 내가 돌아오기 전까지 퇴근하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 알았지?”
“…… 리라? 같이 안 가도 괜찮은 거야? 어디 멀리 가는 거면 노엘이 같이…….”
“으응, 아니야. 이렇게 된 이상, 내가 준비한 걸 노엘이 궁금하게 만든 다음에…… 서프라이즈~! 하는 거지.”
“그렇다면야…….”
리라가 이런 서프라이즈나 선물을 좋아하는 아이라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노엘은 내심 같이 가주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리라 본인이 괜찮다고 한다면야. 그리고, 스스로 이벤트를 준비해 오겠다고 선언을 해버렸다면야. 기다리는 게 예의 아닐까.
그렇게 리라가 떠난 지도 벌써 2시간. 다행인 건 아직 눈이 오지 않았다는 점이고, 불행인 건 그런데도 업무는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오키의 일도 슬슬 끝나가는 것 같고, 레미에게 부탁해서 지금이라도 리라를 찾아가야 하나, 노엘이 고민하기 시작한 그 찰나. 단말장치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일체형의 단말장치 번호를 알고 있는 건 경시청의 사람. 그리고, 대부분은 퇴근한 상태니까. 퇴근 이후에 연락이 올 것 같은 사람은……. 아니, 당초에 이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당장 떠오르는 발신인은 한 명뿐이었다.
“여보세요? 리라?”
「아, 노엘! 일 어때? 끝났어? 아직이야?」
“으음……. 조금 더 걸리려나. 리라, 안되면 지금이라도――.”
「헤헹, 그럴 줄 알고! 전화했지! 노엘, 빨리 나와봐. 아, 정문 말고, 사무실 뒷문으로! 빨리!!」
그렇게 제 할 말만 하고 전화를 똑 끊어버린 파트너를 찾아, 노엘은 장장 2시간 반 만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오키 레이토의 개인 집무실 겸 안드로이드 정비소를 빠져나와 경시청 본관 사무실로 향하면, 완전히 어두워진 사무실 안쪽으로 밝은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이제야 눈이 오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그렇다는 건, 리라는 지금 밖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터. 추운 밖에서 자신을 기다릴 파트너를 찾아 사무실 뒷편 문을 열면, 이제 막 날리기 시작한 눈송이가 열기로 익숙해져 있던 피부 파츠에 닿아, 녹아 사라졌다.
하지만 당장 자신을 기다린다는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주위를 둘러보면, 열린 문 뒤쪽에서 빼꼼, 얼굴을 내밀며 해맑게 웃는 리라가 노엘의 팔을 이끌었다.
“자자, 노엘 씨~!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그러니 순순히 이쪽으로 따라오시죠!”
“리라……? 어디 가는――”
“쉿, 나의 아기천사 씨. 그걸 말해버리면 서프라이즈의 의미가 없잖아? 자자, 가자구요!”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고 한쪽 눈을 감으며 윙크하는 그녀의 깜찍한 행동에, 노엘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옅게 웃음 짓고는 아오키 레이토에게 짤막한 메시지를 보냈다. 아무래도 이 상태라면, 다시 사무실에 돌아오기는 글렀으니까.
리라는 노엘을 끌고 자신이 애용하는 자동차로 몸을 던져넣었다. 차에 무언가가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건가? 노엘이 주위를 둘러보면 리라는 그 모습이 재미있다는 듯, 온갖 귀엽다는 말을 전부 쏟아내었다.
“히히히, 노엘. 그거 기억나? 예~전에. 어렸을 때 가끔 우리끼리 놀러 갔을 때. 내가 이렇게 손목 잡고선 아무 데나 끌고 갔었잖아?”
“응, 기억나. 뒤에서 무서워하고 있으면 리라가 걱정하지 말라며 웃었던 것까지.”
“맞아 맞아, 그래서. 간만에 그렇게 해보고 싶었어. 어디 가는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내가 리드하는 거. 어때? 멋진 레이디 같지?”
“……. 후후, 그런 거 안 했어도 멋진 레이디……. 음, 리라는 멋진 보다도 다른 수식어가 더 잘 맞으려나.”
“어허, 안돼! 오늘만큼은 멋진 레이디라고 불러주시게나!”
흰 눈을 맞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자동차 안에서는 조금은 이른 크리스마스 캐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때때로 나오는 가사를 흥얼거리면서, 모르는 부분은 노엘에게 불러달라 넘기면서. 조금의 시간이 흐르고 나니, 도착했다는 내비게이션의 안내와 함께 양쪽 문이 열렸다.
그새 눈은 굵어져 시야에 가득 담기고, 사람 발길이 닿지 않은 곳엔 하얗게 눈이 쌓여가고 있었다. 리라의 목적지는 노엘도 너무나 잘 아는 곳이었다. 리라가 사는 집. 집의, 마당.
눈을 맞으면서 기분 좋다는 듯 활짝 웃고 있는 리라를 보며, 천천히 노엘은 주변 풍경을 눈에 담았다. 작년과 비슷한 분위기. 조용한 거리에, 주위를 비추는 빌딩의 불빛들이 새어 나오는 장소. 하지만 올해는 일하다 말고, 리라의 손에 이끌려 집까지 오게 되었다.
마당을 거쳐 집에 들어가려나 싶었지만, 리라의 발걸음은 곧장 움직여, 바깥 테라스에 위치한 탁자로 향했다. 그곳에 있는 건, 눈이 조금 쌓여버린 하얀 상자. 리라는 자랑스럽게 그 상자를 가져와 노엘의 앞에 내밀었다.
“이거……. 빅토리아 스펀지케이크네?”
“정답-! 기억해, 노엘? 예전에, 우리 어렸을 때. 가족끼리 파티한 다음 케이크 남은 거 몰래 먹으려다가 혼났잖아~”
“그거……. 리라가 앞에 나서서 대신 혼나려 했던 거?”
“히히, 맞아. 그때 기억이 나서~ 사버렸지 뭐야~. 마침 눈도 오잖아? 어울리지! 그치! 아, 그래서 슈가파우더도 사뒀어~ 눈 오는 것처럼 위에 뿌리면 예쁠 것 같지?”
케이크를 양손에 들고 있는 리라의 손은 추위로 조금 빨개져 있었다. 차가워진 손은 아무렇지 않을 정도로, 이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던 거구나. 지금을 기다리고 있던 거구나. 노엘은 자신의 손 파츠를 따듯하게 한 뒤, 리라의 손을 부드럽게 감쌌다.
손 위에 덮인 온기를 피하지 않고 배시시 웃는 자신의 하나뿐인 파트너. 친구를 보고 안드로이드인 자신이 얼마나 많은 감정을 처리하고 있을지. 아마 행복하다는 듯 웃는 그녀는 모르겠지.
오래 바깥에 서 있어서 그런지, 리라와 노엘의 머리 위에도 하얀 눈이 쌓여가기 시작했다. 누구 먼저 할 것 없이, 이제 추우니까 들어가자. 목소리가 겹칠 정도였다.
벌써 연말 분위기가 물씬 나는 도시 부럽지 않게 많은 걸 준비했다는 리라를 보며, 노엘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다시 한번, 너와 만난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포기하지 않은 걸 다행으로 생각하면서. 포기하지 않은 걸 감사하면서.
올해의 첫눈은 지독히도 많이 쌓일 예정이라 한다. 아마 내일은 눈사람을 만들자고 조르겠지. 눈오리도 만들려고 할 테고. 하지만 역시……. 리라는 다른 걸 원할지도 몰라. 노엘은 그런 행복한 예상을 마치곤, 리라가 준비한 깜작 선물에 온 정신을 집중했다.